[컬럼] 블록체인과 오픈소스 라이선스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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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블록체인과 오픈소스 라이선스 전략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9.01.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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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범 블로코 대표이사

최근 미국의 IT 기술 관련 뉴스 큐레이션 플랫폼인 해커뉴스에서 재밌는 논쟁이 벌어졌다. 아마존이 지난 1월 9일, 몽고DB(Mongo DB)와 호환되는 서비스 레벨의 도큐먼트DB(Amazon Document DB)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인 몽고DB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무임승차를 비난하며 라이선스 정책을 변경한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몽고DB를 호스팅하며 수익을 창출해왔던 ‘공룡 기업’이 상생은 커녕, 직접 대체재를 판매하기로 한 것에 수많은 오픈소스/자유소프트웨어 지지자들은 분개했다. 심지어 아마존의 행보를 ‘기생충’으로까지 표현한 참여자도 있었다. 몽고DB가 요구한 커머셜 라이선스 구매 대신 직접 개발한 DB를 판매함으로써 그동안 아마존을 비롯한 공룡 기업들이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없이 단물만 빼먹는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된 것이다.

 

▲ 오픈소스 라이선스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갖는 중요성

현재 블록체인 생태계는 대기업보다는 중소 규모의 프로젝트와 노드로까지 참여하며 단순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프로슈머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생태계 특성상 특정 기업이 코드를 직접 개발하고 독점하는 프로젝트는 매력이 떨어지며, 심지어 블록체인 이념에 필수적인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오픈소스’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소스 공개를 넘어, 개발과 검증과정까지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개발 방법론이며 문화다. 특정 기업에 집중된 프로젝트,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는 블록체인 업계의 진화압(Evolutionary pressure)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박제와 다름없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먼저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주로 어떤 라이선스가 활용되는지부터 알아보자. 가장 널리 알려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은 레이어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GNU LGPL(Lesser General Public License) 기반이며, 비트코인은 MIT 라이선스를,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Apache 2.0을 기반으로 한다. 블로코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개발 중인 아르고 프로젝트는 역시 MIT 라이선스를 채택했다. 물론, 코드 공개없이 특허까지 출원하는 적극적으로 폐쇄적인 프로젝트도 있다.

▲ 주요 프로젝트별 라이선스 모델

블록체인 기술은 ‘기술의 오픈소스화’라고도 볼 수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공개된 분산 장부를 완전히 신뢰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생태계 내부의 모두가 사용된 코드를 검증하고, 해당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업계 특성상,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업/프로젝트는 ‘순수주의’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주로 채택하고 있다. 코드가 공개되지 않은 분산 장부는 불편한 DB에 불과하다는 믿음과 팀의 실질적인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엔터프라이즈 시장과 사업화에 있어 신경을 쓸 단계가 아니기에 퍼미시브 라이선스(Permissive License)를 먼저 채택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몽고DB와 아마존 간의 갈등으로 돌아가 보면, (결론적으로)몽고DB는 라이선스 정책의 허점으로 인해 생태계 핵심 참여자와 불필요하게 대립각을 세운 셈이다. 초기에는 오픈소스 라이선스에 힘입어 성공적인 생태계를 구성했지만, 추후 사업 모델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라이선스 모델 수립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블록체인 기업/프로젝트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 듀얼 라이센스나 강력한 파트너십에 의한 리눅스-레드햇 모델 필요

블록체인 프로젝트, 특히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커머셜을 지원하는 듀얼 라이선스 혹은 리눅스-레드햇처럼 강력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아르고(AERGO)는 기업에 필수적인 유지보수나 커스터마이제이션을 블로코라는 핵심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화가 가능하다. IBM 역시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자사의 미들웨어와 연동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에 소스코드 공개 의무가 없고, 2차 라이선스와 변형물의 특허 출원까지 가능한 Apache 라이선스로 출원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파트너나 비지니스 모델을 갖고 있지 못한 다른 프로젝트들이 고민없이 퍼미시브 라이선스를 도입한다면 추후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몽고 DB와 아마존이 겪었던 갈등을 그대로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오픈소스 라이선스는 무료이지만 비용을 내야 할 수도 있으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아무나 사용할 수 없다. 몽고DB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픈소스 라이선스 전략은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토큰 이코노미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중요한 개념이다. 실질적인 사업화의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시장 전략을 세운 프로젝트일수록 라이선스 관리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단순히 순수주의적인 믿음이나 지금 마땅히 해야 할 고민을 피하기 위해 퍼미시브(Permissive) 라이선스를 도입하는 건 추후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출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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