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 꺼지지 않는 화재, 전기차 열 폭주는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인가?
상태바
[생활안전] 꺼지지 않는 화재, 전기차 열 폭주는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인가?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3.08.03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 기후로 인해 지구 전체가 고통받고 있다. 올해 봄에는 베트남의 기온이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고인 44℃를 기록했고, 미국 시애틀은 평년보다 기온이 6℃ 이상 치솟으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이탈리아에서는 극심한 가뭄 뒤 폭우가 이어져 37개 마을이 침수되었고, 남미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가 부족해지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처럼 이상 기후가 계속되는 이유는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마다 발생하는 탄소를 비롯한 각종 온실가스가 지구의 지표면에서 우주로 발사하는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 반사하면서 지구 표면의 온도를 상승시키고 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에 인류는 화석 연료를 줄이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전기차 역시 이러한 고민의 일환이다. 이미 수많은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화재에 대한 부분으로, 전기차의 동력원인 배터리의 특성상 한번 불이 나면 쉽게 진압하기 어려워 아예 수조에 담구는 방법까지 고안될 정도다. 전기차 화재는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향후 전기차 보급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점점 대중화되고 있는 차세대 운송 수단, 전기차

현재 가장 효과적인 운송 수단은 석유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차지만, 상술한 지구 온난화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는 점진적으로 내연기관차의 사용을 줄이는데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휘발유와 디젤 등을 연로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의결한 바 있다. 노르웨이는 이보다 10년 앞선 2025년부터, 영국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을 발표했다.

유럽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주문하는 국회 결의안이 제안된 바 있으며, 미국이나 일본 등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2030~2040년 사이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금지를 약속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퇴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이 자리를 메꿀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전기차가 각광받고 있다. 전기차는 이름 그대로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로 공기 오염의 주범인 매연과 먼지, 일산화탄소, 질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이동수단이다.

더불어 엔진이나 배기 장치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이 없어 조용하고 쾌적한 가동이 가능하고, 구조가 단순하며 내구성이 뛰어나 유지, 보수가 쉽다.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무시하지 못한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중 하나로 높은 가격이 꼽히고 있는데,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전기차 구매 시 각종 보조금을 지원하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가 있지만, 남은 과제도 많다. 긴 충전 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로 대표되는 배터리 효율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이고, 충전소를 비롯한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전기차와 관련해서 가장 크게 논의되고 있는 문제는 단연, 화재 위험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극도로 높아진 전기차 화재 불안감

지난 7월 4일, 경기 광주시에서 옹벽과 충돌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약 2시간 45분 만에 진압되었는데, 진화가 쉽지 않아 이동식 소화 수조를 동원해야 했다.

올해 1월 7일에는 서울에 위치한 테슬라 서비스센터에서 열 폭주로 인해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관 52명을 비롯 65명의 인원이 투입되었고 차량은 27대가 동원되었다.

이틀 뒤 세종시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도 마찬가지다.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 국도 1호선을 달리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주변 시민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구조되었지만, 이 불을 끄는데 인원 50명과 장비 17대가 동원되었다.

5월에는 대구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 역시 150분 만에 진화되었으며 장비 32대와 인력 92명이 투입되었다.

모든 화재 사건은 진화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전기차 화재는 유독 진화에 많은 인력과 자원,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운전자의 부주의나 사고로 인한 화재가 아니라 충전 중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화재라 대비나 예방이 힘들다.

언제, 어디서 화재가 일어날지 모르는데 모든 공동 주택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며 전기차 보급은 확대일로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 놓는다.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지상에서 발생하는 화재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 탓에 전기차 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기차 화재는 대체 왜 발생하며, 진압이 어려운 걸까?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한다. 리튬이온전지의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는 분리막이 설치되어 있어 배터리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양 극은 절대 만날 수가 없다.

하지만 분리막에 손상이 가해진 경우, 두 극이 서로 만나 과도한 전류가 흐르게 되고 열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진다. 문제는 전기차의 배터리는 수백, 수천 개의 배터리 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배터리 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바로 옆에 있는 배터리 셀에 불이 옮겨 붙어 연쇄적으로 피해가 확산된다. 이를 열 폭주라고 부른다.

더욱이 전기차 배터리는 외부 충격이나 수분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생활 방수 6단계 수준의 실링 작업을 해 놓는다. 주행 중에 눈이나 비 등의 수분이 배터리에 유입되면 쇼트가 발생해 화재가 발생하기 때문인데, 이 방수 기능 탓에 일반적인 소화기로는 전기차 화재 진압이 힘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38만 9855대다. 전년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전기차 화재 사고 역시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으로 매년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배터리 제작사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불량률이 100만 대당 3.5개 수준으로 일반 자동차에 비해 낮은 빈도이며 화재 건수나 10만 대당 화재 비율도 내연기관차보다 특별히 높지 않다며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중의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져 있는 상태다. 이에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도 적극 개발되고 있다.

[사진=속초소방서, 울산남부소방서]
전기자 화재 진압 훈련[출처: 속초소방서, 울산남부소방서]

 

전기차 화재 예방, 진압 기술

전기차 화재가 무서운 이유는 열 폭주로 인해 화재가 연쇄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열 폭주의 전이를 막는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열 폭주가 감지되었을 때 강화액 소화약제를 방출해 조기에 화재를 진압하는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아예 열 폭주 전이 방지에 효과적인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의 열적 안정성을 높여 열 폭주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연구팀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성 요소인 양극과 음극, 전해액, 분리막별 소재를 활용해 총 15가지의 조합을 생성,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 메커니즘을 규명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배터리의 부반응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열 폭주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기업에서도 전기차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적극 개발 중이다. 배터리 각 셀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열 폭주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은 물론이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연계해 불씨를 조기에 진압하는 모델도 있다. 화재 발생 시에 제어기를 통해 유독 가스를 배출하고 경고 방송을 함과 동시에 안전벨트 해체와 문 개방을 하는 시스템도 있다.

전기차 화재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압하기 위한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조 안에 배터리를 담궈버리는 것이다. 이에 배터리를 물에 잠길 수 있도록 고안된 이동식 수조가 개발되어 현장에서 활용 중이며, 산소 차단을 막을 수 있는 불연성 재질의 질식소화덮개도 개발되어 사용 중이다.

이미 작년 12월, 소방청에서는 이러한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의 성능과 디자인을 확인하고 비교해 보기 위한 품평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화성도시공사에서는 경기도 공공 기관 최초로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를 도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기차 사용 습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화재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고속 충전보다는 완속 충전을, 완충보다는 85% 내외의 충전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충전기 커넥터와 충전 소켓 부위에 물기가 있으면 사용을 금하는 안전 습관도 필요하다.

전기차 등록 대수 대비, 발생한 화재의 비율을 따져보면 0.01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이유는 어쩌면 미지의 기술에 대한 불안감 탓일 수도 있다. 탄소중립과 친환경에 대한 니즈가 나날이 높아지는 최근, 친환경 이동수단의 대표 주자로 거듭나고 있는 전기차가 더욱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