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ID 체인과 암호화폐 지갑의 미래

기사승인 2019.05.07  10: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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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혁 심버스 대표이사

지갑은 오래 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왔다. 주조된 동전을 저장할 때에는 쌈지나 복주머니를 쓰곤 했다. 그러다 플라스틱이 나온 후로는 빨간 돼지저금통이 인기를 끌었고 쉽게 꺼낼 수 없는 최소한의 보안이 돼 있었다. 아마도 그 돼지의 배를 갈라 동전을 곶감 빼듯 꺼내 쓰곤 했던 아련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보안이 완전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그런 것이 현재 지갑의 전신이라 할 것이다. 이후 동전보다 가벼운 지폐가 나왔고 그를 위한 지갑 등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 지갑은 도난이나 분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지금은 거의 사라진 소매치기들의 재산증식 표적이 되곤 했다. 보안의 취약성은 물질적이고 유형일 때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제 물질은 점점 비물질이 되어가고 유형의 화폐는 점차 무형의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

공인된 신뢰기관을 통한 통장이라는 것이 등장하게 되면서 화폐는 종이 위에 찍힌 숫자로서 존재하게 됐다. 그리고 카드가 나오면서 지갑은 극도로 슬림해진 셈이다. 디지털 공간 위에 존재하는 숫자는 이미 화폐가 물질공간의 장막 뒤로 넘어가는 시작이었다. 이와 같이 지갑의 역사는 화폐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한다.

이제 전자화폐, 암호화폐가 나왔고 이에 걸맞는 지갑의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가장 최근의 디지털 자산이라 할 암호화폐의 지갑(크립토월렛)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일반적인 기존 크립토월렛은 토큰을 주고 받는 거래와 가치저장이 주 용도였다. 말하자면 디지털 돼지저금통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그 지갑 속에는 암호화폐가 들어있을까? 아니다. 거기엔 오직 개인키가 있을 뿐이다. 어쩌면 이제 화폐는 무형이 되어 버렸고 지갑은 그 무형을 담는 무형의 지갑이 되는 변신에 이른 것이다. 도대체 지갑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이 이렇게 지갑의 진화를 촉발했을까? 이는 블록체인의 근본과 연관돼 있다.

블록체인에는 공개형 블록체인과 허가형 블록체인이 있다. 공개형은 말 그대로 허가 받을 필요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대표적인 예다. 아주 정확한 의미는 아니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이라고도 한다. 반면 허가형 블록체인은 법적 책임을 지는 허가 받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으며 폐쇄형 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고도 한다. 국제송금을 위한 리플이 대표적인 예다. 공개형 블록체인은 자유롭게 광범위한 참여가 가능하고 트랜잭션 목록이 모두 공개돼 누구나 볼 수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일까? 신뢰성 측면에서는 매우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나 기업의 내부 정보가 남에게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장점이 눈에 들어 올지도 모른다.

무엇이 더 발전된 것이고 더 이상적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실상 각자의 선택이다. 인간은 개미나 벌과 같은 군집생명에 머무르지 않는다. 각자의 독창성을 빛내면서도 군집사회 속에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존재다. 내 속을 다 보여주는 것도 소중하지만 나를 어느 정도 가리는 것도 아름다운 일일 수 있다. 허가형과 공개형 블록체인을 통합해 기업이나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제 3의 블록체인이 있다면 어떨까? 이는 하이브리드라는 표현을 넘어서는 일이다. 중용, 중도가 단지 양극단의 중간점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굳이 표현하자면 자기주권형 블록체인(Self-Sovereign Blockchain)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자기선택성을 담은 자기주권형 지갑이 바로 지갑의 미래이며 현재 전세계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현재의 암호화폐 지갑이 당면한 과제를 살펴보면 앞으로의 지갑이 나아갈 방향이 보일지도 모른다.

 

♦ 일반적으로 암호화폐의 지갑은 키를 분실하면 그 안에 든 자산은 그림의 떡이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 현재 암호화폐의 핵심화두는 "실용거래에 사용될 수 있는가"이다. 사용할 수 없는 화폐란 신기루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갑 안에서 장터를 도입한다면 어떨까? 더구나 이 장터에서 dApp 코인과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 이런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블록체인 시장은 커다란 유동성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신원인증의 절차가 현재로서는 복잡하고 시간이 꽤 걸린다. 돈이 오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절차의 신원인증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이런 불편함을 간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블록체인의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과 법적 효용이 있는 개인의 빅데이터가 새겨지고 활용되는 그런 지갑을 시대는 요청하고 있다.

♦ 기축 암호화폐와의 교환이 가능하고 연계된 dApp 코인끼리도 스왑이 가능하다면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런 모든 편의성과 확장성은 기술이 받쳐지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기술은 날로 발전해 왔기에 기대감이 높아져가고 있다. 필요한 것은 불편함에 대한 직시며 개선에 대한 상상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휴대폰에 설치된 크립토월렛의 경우 결제시스템과 dApp 연동까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크립토월렛이 스마트폰에 장착됨으로써 지갑의 가능성과 암호화폐의 확장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메인넷 심버스의 SymWallet은 계정복구, 신원증명, 쿠폰과 토큰을 겸한 가치거래소 기능, dApp 쇼핑몰로의 연동으로 마켓이 공유되는 확장성까지 실현했다.

▲ 심버스의 SymWallet

이런 암호화폐 지갑의 발전은 국가의 경제적 성장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측면이 있다.

그 안에 앞으로 수많은 기업이 담길 것이고 마켓이 담길 것이며 방대한 사용자가 담길 것이기 때문이다. 지갑에서 인심이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지갑을 통해 국경을 넘어선 커다란 경제가 유통되는 나들목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기대해 본다.

조중환 기자 illssimm@cc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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