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블록체인 유용성을 증명하는 킬러 서비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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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블록체인 유용성을 증명하는 킬러 서비스가 필요하다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8.12.26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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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제 서강대학교 교수

2018년 블록체인의 동향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면 암호화폐의 마켓캡 동향을 그린 그래프일 것이다. 1월 초 2500만원 이상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12월에는 400만원 이하로 급격히 하락해, 2017년 8월 수준으로 후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다사다난한 2018년을 잘 설명하고 있다.

▲ 암호화폐 마켓캡 동향(이미지=코인마켓캡 갈무리)

이런 현상을 학술적으로 잘 정리해주는 그래프가 가트너의 하이프사이클이다. 가트너는, 기술의 하이프사이클에서 블록체인이 ‘환멸의 굴곡기’에 들었다고 표현한다. 정점을 찍고 급경사를 따라 내려앉는 하이프사이클 상의 블록체인의 모습이 암호화폐 가격 그래프와 무척이나 닮아 있다.

환멸의 굴곡기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실험과 현실세계에 대한 접목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 말을 다시 음미해보면 이제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블록체인을 현장에 적용해보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거기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가트너 하이프사이클의 환멸의 굴곡기에 접어든 블록체인

지난 5월 발간된 가트너의 또 다른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23%의 기업만이 블록체인 적용을 검토중이며, 캡제미니(Capgemini)의 설문조사에서는 블록체인을 시도한 기업 중 3% 가량만이 실제 업무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하고 있어, 블록체인을 현장에 적용하는데 많은 난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전체 블록체인 시도 기업 중 3%만 실제 업무에 적용

블록체인 적용을 아직 검토하지 않았던 67%에 해당하는 기관들이 5월의 설문조사 이후 지속적으로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지금 조사를 한다면 블록체인 적용을 검토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비율은 23%보다 훨씬 더 늘어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하반기로 갈수록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기업이나 기관을 자주 접하고 있어 블록체인 시범서비스가 많아진다는 것을 피부로도 느낄 수 있다. 2019년에는 PoC나 시범사업을 위해 더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예산을 투입하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의 특성은 분산형이라는 점,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 위변조가 어렵다는 보안성의 한 측면과,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현재의 상태로 유지하거나 혹은 다른 기술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비용절감이나 시간절감의 효과가 생긴다. 그래서 캡제미니의 설문조사에서 블록체인의 사용 동인의 첫 번째를 차지하는 것이 비용절감이다. 두번째로는 추적이 용이하다는 점이고, 세 번째 동인이 투명성의 제공이다.

▲ 블록체인 도입의 동인

블록체인의 매력은 서로 다른 기관들이 제3자의 중재 없이도, 또 자신의 시스템을 상대방의 시스템에 종속시키지 않고, 자신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기관과 자료 공유와 전달을 통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처리의 간소화와 처리시간의 절감, 오류의 감소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기업이나 기관들 사이에서 시스템이 단절되다 보니 서로 다른 기관 사이에서는 쉽게 위조가 가능한 디지털 문서를 주고 받기 보다는 종이 서류 혹은 심지어 대면에 의한 전달을 우선시하게 된다. 그래서 국내외의 기업들 간 혹은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수작업에 의한 업무 처리가 의외로 많이 있고, 이로 인한 업무 지연과 오류로 인한 비용이 상당하다. 특히 국제 거래에서는 이런 수작업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IBM이나 컨센시스(Consensys), BTL그룹 등이 실험한 바에 의하면 천연가스나 석유와 같은 국제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전환하면 3

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거래 후 결재까지 60여 일이 걸리던 것을 수일 내로 단축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가 보고된바가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기관간의 거래가 전산화되고 스마트계약을 통해 자동화됨에 따라 이룬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요즘도 각종 회의와 심의 현장에 가면 책상위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각종 자료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정부의 대형 입찰에는 제출된 서류가 업체당 1트럭씩 된다는 뉴스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서류를 이송하고 검토하고 보관하고, 누군가의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 나아가 문서를 분실하고, 그래서 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과 같이 비용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손실도 입게 된다.

그래서 국내에서 블록체인을 현장에 적용하려는 실증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마치 업무의 디지털화 혹은 전산화 프로젝트와 같은 모습이 자주 보인다. 수작업에 의하던 업무 프로세스를 전산화하고 자동화하니 업무 효율이 개선될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권한을 가진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관련 정보를 모두 모을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을 중앙에 구축하고 시민이나 고객 혹은 타기관이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취한다. 더구나 권한을 가진 그 기관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노드를 모두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클라우드나 전산센터에 구축하곤 한다.

ID 인증 서비스도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주된 이유인데 요즘 은행들이 블록체인 인증서비스를 적용하려는 것은 각 은행들이 독자적인 노드를 갖고 정보를 공유해 인증을 분산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새로 시작하려는 블록체인 기반 인증 서비스들은 한 기관 내에 노드를 구축해 관리하곤 한다.

이런 경우, 대개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는 '위변조가 어렵다', 즉 자료의 무결성(Integrity)을 유지하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오픈소스로 구축돼고 블록 내의 과거 자료를 수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특성이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일견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은 성숙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또 다른 위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앙집중방식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블록체인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검증이 부족하며, 오히려 관리 부담만 늘어날 수가 있다. 소수의 노드로 한 기관에서 통제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면 무결성조차도 보장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오히려 기밀성과 가용성 측면에서 정보보안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블록체인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안정성과 유용성 더나아가 관리의 부담을 가중시켜,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대는 더 빠른 속도로 내려앉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서비스의 디지털화 혹은 전산화를 추진하는 프로젝트(흔히 정보화 프로젝트) 형태를 취하는 것 자체는 권장할 만한 일이다. 종이 서류의 예에서 지적했듯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정보화되지 않은 업무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스마트 두바이의 첫째 전략이 2021년 까지 종이서류를 완전히 없애는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의 내외부 트랜잭션을 위해 매년 10억 장의 종이가 사용된다고 하는데, 이는 400만 명의 아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할 수 있고, 13만 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으며, 시민들이 40시간의 생산성을 높여 이 시간을 자신의 삶을 위해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정보화 프로젝트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이득이다. 스마트 두바이는 다양한 부처와 외부기관의 통합 정보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이 자연스러울 뿐이다.

블록체인은 한 기관이 중앙 시스템으로 구축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독자적 정보화 시스템을 갖춘 기관들이 독자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협업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유용한 기술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업 혹은 기관들의 협업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화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필요한 많은 기술 중의 일부가 블록체인 기술이다.

그래서 기업이나 기관의 협업을 위한 정보화 프로젝트라는 큰 틀의 전략을 수립하고, 그중에서 기존의 레거시 시스템과 기술로 구축할 부분과 블록체인으로 구축할 부분을 전략적으로 혹은 시기별로 잘 정리하고 구분하고, 또 이들 간에 원활하게 연동할 수 있으면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MERL(Monitoring, Evaluation, Research and Learning) 테크는, 조사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43개 사례 중, 실제 기업이나 기관들이 ‘데이터를 공유하려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고 공개했다. 이는 분산화를 추구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이 실제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 더 나아가서 분산화라는 사회체제의 가버넌스 변화를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최대 시장은 보통 금융 분야와 물류 유통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분야들에서는 서로 다른 기관들이 별도의 중개자 없이 거래를 해야만 하는 특성 때문에 특별히 분산화가 특성인 블록체인의 유용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블록체인의 성공적인 사례로 혹은 초기 시도들이 금융기관들 사이에서 먼저 나오고 있으며, 또 IBM, 월마트 등이 유통분야에서 성공적인 블록체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에는 더 많은 블록체인 시범 사업들이 시도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환멸의 굴곡기의 상태에 있는 이유이며, 언제나 신기술이 그렇듯이 현재 우리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필수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뒷받침 속에서 나온다. 아직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이미 완성됐다고 믿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조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10년 밖에 안된 기술이기 때문이고, 우리 사회는 이런 기술을 적용하기에는 아직도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왜 블록체인으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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