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 共生의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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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 共生의 길을 찾다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8.10.25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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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용완 KISA 

인터넷기반본부 본부장

2010년 5월 18일 해외 비트코인 커뮤니티에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2판을 사먹었다는 이야기가 올라온다. 당시 비트코인 1개당 가치는 0.003달러(약 3.4원) 미만이었으므로, 약 3만 4000원 정도 가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이 처음 발행되고서 1년이 조금 지난 후의 일이다.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 서비스를 시작으로 블록체인 서비스가 시작됐다.

비트코인은 제도권 금융에 대한 도전이며 탈중앙화된 거래구조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다. 제3자에게 위탁함으로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대폭 줄이고 간편하게 가치를 전송할 수 있는 전자결재 시스템이 완성됐다. 2015년 핀테크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은 지불 수단으로서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고 2016년 이더리움 등 후발 가상화폐(이른바 Alt-Coin)의 등장으로 더욱 주목받게 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때를 시작으로 급격히 상승한다. 24시간 거래와 상ㆍ하한가 설정이 없는 그야 말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경쟁 상태를 구현했다. 급기야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2천 500만원을 호가했다. 비트코인이나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018년 1월 상황을 기억할 것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비트코인 투자는 장안의 화제였고 “비트코인 가즈아~!”를 외쳤다. 경제학에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는 이론이 있다. 게임에 참여하는 누군가가 얻게 되면 누군가는 잃게 되고 모든 이득은 다른 참가자로부터만 얻을 수 있다. 가상화폐 투자는 제로섬 게임의 실전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 가상화폐가 그려야 할 경제상

원래 의도야 어쨌든 우리는 비트코인이 아직도 700만원에 거래되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가상화폐를 비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화폐의 일반적 기능을 지니지 못했고, 경제학을 배워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추론 가능할 것이다. 화폐는 교환의 매개, 가치 척도, 가치 저장의 기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일반 상품을 구입하기란 매우 어렵다. 몇백 %씩 가치가 변동하는 존재를 가치의 기준으로 삼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최초 고안자인 나카모토 사토시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그는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로서 지급과 결제의 수단이 될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초기의 비트코인에는 그런 시도가 있었고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애석하게도 탈중앙화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모순이다. 인간의 무한한 물질적 욕구가 제한 없이 표출된 것이 가상화폐 버블이다. 화폐는 교환경제사회에서 유ㆍ무형의 상품 교환ㆍ유통을 원활하게 하기위한 수단이고 가상화폐 역시 블록체인 서비스 생태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인 것이다.

경제학의 오래된 논란 중 하나가 '소비자(또는 노동자)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와 '할 수 있다'의 논쟁이었고, 고전학파와 케인즈 학파로 나뉘어 정부의 개입, 이자나 통화량 조절에 대해서도 다양한 입장차이로 대립해 왔다. 그래도 경제학에서 인정한 공통점은 정부(조정자)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유시장 경제구조에서 보편타당한 평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조율은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가상화폐 합의 알고리즘의 변화를 보아도 알 수 있다. PoW에서 PoS로 그리고 DPoS로 진화되면서 합의 알고리즘도 분산보다는 위임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인류 정치제도 진화의 역사를 복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 블록체인 서비스 가치에 대한 인정과 신뢰 '토큰 이코노미'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발명은 '회계제도', '화폐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는 역할을 했다. 바꿔 말하면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블록에 거래(회계)를 기록하고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비트코인(화폐)을 채굴하는 시스템으로 두 가지 제도의 장점을 하나로 모은 '정보세계의 현금'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사용방법에 있다. 현재 실용화가 추진되고 있는 블록체인 활용사례는 '기록'에 중심을 둔 것과 '계약'+'플랫폼'에 중심을 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다음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금융기관의 블록체인: 블록체인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 허가가 필요한 허가형 블록체인(Permissioned Blockchain)이 고안됐다. 이는 금융기관같이 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공개할 수 없고 허가된 참여자만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를 위한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서 리눅스(Linux)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하이퍼레저(Hyperledger)가 있다.

공급망의 이력추적 기능 개선: 원료가 소비재로서 일반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전과정(Supply Chain)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Everledger'는 다이아몬드의 공급망을 관리한다. 와인에 특화한 'WINE Blockchain'이나 브랜드 제품의 유통관리에 사용하는 'VeChain' 등이 있다.

'경력'과 '이력'에 관한 공공 데이터베이스: 학력위조, 경력사칭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블록체인 사업 중 하나가 'BC Diploma'다.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이 발행한 졸업증명서, 학위에 관한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이로 인해 교육기관의 정보관리비, 기업의 채용비용이 절감된다.

'공증'의 이용 편의성 개선: 토지 권리증이나 신분증명서 등 지금까지 공적으로 관리되던 중요 정보도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함으로서 편의를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Factom'은 블록체인 환경에서 수정 불가능한 안전한 데이터 관리를 보장하는 분산형 공증 플랫폼이다. 'Factom'을 기반으로 저작권 등록관리, 주택융자, 정보기록 등을 할 수 있는 DApps이 개발됐다.

의료기록을 블록체인에서 관리ㆍ공유: 'MedicalChain'은 의료 정보를 블록체인 환경에 기록해, 환자나 의사뿐 아니라 연구기관, 보험회사 등 정보보유자의 허가에 의해 블록의 정보를 참조할 수 있게 된다.

교통 등 생활정보의 활용: 독일계 스타트업 'Xain'은 블록체인과 AI 기술을 접목해 포르쉐 자동차와 함께 자동차 정보수집은 물론, 원격으로 자동차 열림ㆍ잠금 조작 등을 가능하게 해,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기상', '환경' 정보를 민간주도로 활용: 'Weather Block'은 세계 각지의 기상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정보를 필요로 하는 개인, 기업, 연구기관에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Weather Block'은 세계 각지에 설치한 소형 디바이스를 통한 정보수집과 참여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해 운영되는데, 정보제공자는 보상으로 토큰을 받게 된다.

국경을 넘어 자유로운 부동산 거래: 종래의 부동산 거래는 각국의 중앙 집중형 관리체계에서 행해지고 유동성이 낮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 시 중개수수료, 매매계약, 등기 등을 위한 시간비용 서류관리 비용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Propy'라는 프로젝트에서는 PRO라는 독자적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결제ㆍ송금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중개수수료를 없애고 등기소와 연계한 국제거래도 시연했다.

미술품 등 동산 거래의 투명화: 'Verisart' 등의 프로젝트에서는 미술품의 저작ㆍ소유권ㆍ거래이력의 관리를 블록체인에서 처리해, 투명하고 유동적인 미술품 시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는 소유자뿐 아니라 미술관이나 수집가들에게도 공유된다.

에너지의 P2P 거래: 'EXERGY' 플랫폼은 소비자, 태양열 발전을 하는 일반가정(프로슈머), 전력회사가 참여자다. 프로슈머나, 전력회사는 일반소비자에게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이 거래에서는 종래의 전력회사가 정해놓은 요금이 아니라 판매자와 수요자의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P2P로 매칭하는 클라우드 소싱: 'Chronobank' 플랫폼에서는 개인과 기업이 능력과 평가를 상호 참조해 직접 매칭하고 임금은 스마트 컨트랙트 경유로 지급하는 노동계약을 실현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타임카드를 관리함으로써 잔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며 급여로 지급되는 토큰 가격은 노동자의 거주 지역 평균급여에 연동되도록 설계했다.

포스트 '에어비앤비' '우버'가 될 차세대 공유서비스: 'Bee Token'은 플랫폼 운영자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최소화하고, 집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호스트와 가능한 싸게 집을 빌리려는 게스트 사이의 이익을 최대화한다. 또한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플랫폼 내에서 5명을 선출해 분쟁해결에 참가시키는 미국식 배심원방식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한다.

관리자 부재의 '콘텐츠' 공개 플랫폼: '스팀잇(Steemit)'에서는 STEEM이라는 가상화폐를 플랫폼 내의 집필자와 열람자에 대한 보수로 유통시킨다. 집필자와 열람자가 받게 되는 STEEM의 양은 미래 다른 열람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기사를 미리 선정하게 되면 높아진다. 결국 열람자는 질과 신뢰성 높은 기사를 빠르게 발견해 평가함으로서 많은 인센티브를 받게 되고 집필자는 우수한 기사를 쓰려고 노력하게 된다.

'동영상'과 '음악'의 권리와 보상의 건전화: 'Singular TV'는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사용해 광고대리점과 기업 등의 중개없이 동영상을 배포하는 플랫폼을 실현했다. 동영상 배포자는 자신의 동영상을 1초 단위로 과금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시청자 역시 매월 이용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시청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블록체인을 사용한 음악투고 플랫폼의 대표적 사례는 'Musicoin'이다. 레코딩된 음악 데이터와 가사 등 저작권 정보를 블록체인에 담아 관리한다. 여기서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사용해 음악구입은 물론 사용에 따른 요금 징수, 수익배분을 하게 된다.

이런 다양한 사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대부분의 서비스가 보상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서비스는 데이터 주권자(소비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이해관계자에게 합리적 이익이 돌아가도록 게임이론과 인센티브 기반의 토큰 설계가 돼 있다. 바로 블록체인 서비스 가치에 대한 인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인 것이다.

■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와 공생

블록체인 기술은 세상에 나온 지 이제 10여년이 흘렀으며, 기술의 특성만큼 다양한 화제와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기존 화폐경제와 제도에 파괴적 혁신의 도전장을 내고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시장에 제시하면서 전통사회의 제도와 질서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믿는 이해관계자들이 그 가치에 대해 인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토큰의 가치를 부여받고 활용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뢰성이 있는 활용가능 한 서비스의 지속적인 출시, 합의된 사용자들의 많은 참여, 일반적인 사람들이 모두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 모델 제시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은 그 기술적 진화와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조금씩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자산, 정보, 지식 등을 바탕으로 공유경제의 가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접목한 새로운 토큰 이코노미를 만들기 위한 시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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