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블록체인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상태바
[기획연재] 블록체인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7.05.18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차바퀴에서 시작된 철길의 표준화

[CCTV뉴스=조중환 기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이 무엇 같아요?” SK U타워 사옥에서 만났던 오세현 전무가 기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전기”라고 대답했고, 오 전무는 곧 바로 ‘바퀴’라고 주장했다.

철로 폭의 표준화는 그리스 로마로부터 시작됐다. 오래 전 로마가 영국을 침략했을 때 로마군은 영국 각지에 도로를 건설 했고, 그때 만들어진 최초의 철로는 말이 끄는 전투용 마차를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미국 철로의 폭이 143.5cm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조지 스티븐슨이 발명한 증기 기관차는 당시 영국 탄광에서 사용하던 마차용 레일 규격을 따랐고, 미국은 철도 종주국인 영국의 표준을 따랐던 것이다. 결국 마차 바퀴 폭이 지금의 철길과 지하철의 표준이 된 것이다.

“지하철과 기차를 좀 더 넓게 만들면 안됐을까? 그럼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텐데…” 바쁜 출퇴근길 ‘지옥철’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봄직한 질문의 답이 로마시대 마차 바퀴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표준화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주도권을 쥐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세계 블록체인과 관련된 시장이 열리는 첫 단계에서 위기의 대한민국이 신뢰성, 공정성, 투명성으로 무장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재 무장하고 마차의 바퀴폭처럼 블록체인의 글로벌 표준화를 주도한다면, 향후 블록체인 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⑦ 오세현 SK㈜ C&C DT사업개발부문 전무

▲ SK㈜ C&C DT사업개발부문 오세현 전무

Q. SK C&C DT사업개발부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최근에 SK C&C가 주력하고 있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AI와 블록체인을 연계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부문이다.

Q. 블록체인은 SK C&C에게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가?

앞으로 1~2년, 길게 3년 안에 모든 인프라의 설계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이뤄질 것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블록체인은 기존의 IT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낼 기술이다.

SK C&C의 입장에서도 블록체인은 전통적인 SI (System Integrator, 시스템 통합 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로써, 변화를 주도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경쟁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Q. 블록체인은 거의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제조, 유통, 공공부문, 보건 의료,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업종 중 상용화될 경우, 사회적, 경제적으로 가장 파급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는 분야와 이유에 대한 의견을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물류, 의료, 공공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이나 통신은 이미 세대를 거듭하면서 IT와의 접목을 통해 많은 발전이 이뤄져 새로운 프로젝트가 활발히 나오기 쉽지 않다. 이에 비해 물류는 여전히 각종 거래의 증빙을 종이에 의존하고 있고, 이해관계자들이 많은데다 참여 형태가 매우 복잡한 구조여서 IT와의 접목을 통한 변화의 잠재력이 큰 영역이다.

블록체인이 적용되면, 각종 거래 증빙이 디지털화 되고, 분산 저장을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거래 중간자들이 제거됨으로써 속도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과 비용 절감의 구조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 그에 따른 모든 사업의 형태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 분야는 한국의 의료 서비스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각종 규제나 개인 정보보호 때문에 IT의 적용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블록체인은 이런 제약이나 임상 실험에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 신뢰성과 투명성을 담보함으로써,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료정보 관리가 가능해지고, 이를 활용하는 각 기관들은 보다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의료 정보의 손쉬운 공유를 통해 각종 보험 급여 지출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고, 의약품 유통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도 있다.

공공 분야는 현재 각각 사일로(Silo)하게 구축되어 있는 제증명서 관리 시스템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환경에 적용함으로써 분산된 정보의 활용성을 높이고 보안도 강화해, 대 국민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Q. 지난해부터 블록체인이 여러 분야에서 회자되고 있다. 규제, 인프라 등 많은 걸림돌을 극복하고 블록체인 상용화에 속도를 더하려면, 민간과 정부는 어떤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민간 측면에서는 각 산업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함으로써 어떤 효과와 혁신이 있는지 이해하고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 적용을 통한 가능성을 확인함으로써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한 영역도 찾고 적용 사례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는 디지털 증명에 대한 규제와 법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중앙집중 방식의 보안이 아닌 분산 기반의 정보보호와 활용을 위한 제도와 규제 개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전자서명법의 경우 분산원장 시스템을 통해 서명한 경우에도 공인전자서명과 같은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인정 범위가 확대돼야 블록체인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Q. '블록체인 모바일 디지털 ID 인증 서비스(IDaaS, IDentity-as-a-service)'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별도의 가입 또는 ID의 통합 절차 없이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의미의 ‘One ID’ 서비스다.

특정 통신사의 디지털 ID를 보유한 고객은 제휴 서비스를 간단한 개인 식별 코드(PIN 코드) 입력만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ID 증명 키 값이 모든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 사이에 공유돼, 고객이 로그인할 때마다 기록이 블록체인 원장에 안전하게 관리된다. 신규 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별도의 고객 인증이나 회원 가입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되고,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도 가능하므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Q. 앞서 언급한 사례 외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는가?

먼저 글로벌 대응 사례로는 중국의 완샹그룹이 항저우를 종이 없는 블록체인 도시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착수하여 7년간 33조 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고, 두바이는 정부차원에서 ‘두바이 블록체인 2020 전략(Dubai Blockchain 2020 Strategy)’을 발표했다.

블록체인은 한 분야에만 적용하기 위한 제한적인 기술이 아니라, 혁신의 사상을 기술에 담고 있어 이해를 위한 접근 방식이나 시각을 기존의 기술을 대하는 것과는 달리 해야 한다.

SK는 디지털 ID인증 서비스 개발 이후, 물류 분야의 가시성 확보와 문서 증빙을 블록체인으로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헬스케어 영역에 있어서는 의료/제약 관련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전통적인 방식의 경제 구조를 바꿔 나가면서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다.

Q. 기업범용 '블록체인 디지털 서비스’의 상용화를 통해 진출을 시도 중인 특정 시장이나 매출 목표가 있다면 설명을 부탁한다.

현재 SK를 포함한 다른 대다수 기업의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는 PoC(Proof of Concept) 단계 즉 블록체인과 관련된 시장이 형성되는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매출을 숫자로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앞으로의 시장 확산 속도와 규모에 따라 매출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시장 형성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Q. 블록체인 시장에서 삼성, KT,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과 선두 경쟁을 해야 할 텐데, SK만의 특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SK만의 경쟁력을 말하기에 앞서, 블록체인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IT 강국 대한민국이 AI나 클라우드와 같은 신기술 영역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놓치고 있는 반면, 블록체인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ISO 참여를 통해 블록체인과 분산원장의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고, 특히 디지털 ID 매니지먼트 워킹그룹(Digital ID Management Working Group)에서는 디지털 ID인증 서비스의 개발 경험을 살려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오픈포럼에 참여한 것 또한 산업계 전반에 블록체인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블록체인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가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서, SK는 서비스의 설계 역량과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방법론을 기반으로 한 딜리버리 체계를 이미 갖춘 상태다.

블록체인의 핵심 사상 중 하나는 ‘공유’다. 앞으로의 세상은 독자적으로 절대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세상이 될 것이다. 기업의 욕심을 앞세우기 보다는 붐-업을 통해 모든 산업이 함께 커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그 기반을 토대로 시장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

이렇듯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중심으로 참여자 모두가 혁신과 변화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하는 시도가 SK만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Q. SK C&C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SK는 4차 산업혁명에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이미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핵심 기술 영역 전체에 걸쳐 자체 서비스 브랜드를 론칭했다. 인공지능 서비스 ‘Aibril(에이브릴)’, IBMㆍ알리바바 등 글로벌 클라우드 파트너들과 함께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를 실현한 ‘Cloud Z(클라우드 제트)’, IoTㆍ빅데이터ㆍ클라우드ㆍ인공지능을 결합한 종합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Scala(스칼라)’, IoTㆍ인공지능ㆍ로봇ㆍ빅데이터 등 ICT 기술을 접목한 융합 물류 통합 솔루션인 ‘Kerol(케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확보된 기술력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전 산업에 걸친 고객 맞춤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며 4차 산업혁명 리딩 기업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Q.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이 어떤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블록체인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화폐제도, 중앙 집권형 사회·경제 구조 등 대의 민주주의 전반에 걸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존의 영역을 넘어서는 협력이 활발해 짐으로 무역과 국가간 교류에 있어 큰 변화가 예상이 된다. 또 독립적인 조직간의 협력보다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환경을 통한 P2P 협업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이다.

중앙 정부 또한 의사결정을 통한 통제의 역할에서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잘 동작할 수 있는 조정자의 역할로 바뀌고, 정부의 권한은 점차적으로 분권, 자치로 전환될 것이다.

가상재화의 등장에 따라 금융 거래는 파괴적 혁신을 넘어서, 경제 구조 자체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공유 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IT는 이제 독립적인 영역이 아니라 각 산업에 융합돼, 산업 전반의 틀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 전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여 감에 따라 블록체인을 통해 난민에게 전달되는 구호품이 정확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고, 적정한 규모의 구호품 관리와 지원 체계의 투명성이 담보된다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가치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Q. 블록체인 오픈 포럼의 초대 의장으로 블록체인 상용화와 선진화에 앞장설 것을 기대하며, 독자께 한마디 부탁한다.

오픈포럼 의장으로써 블록체인을 통해 산업전반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의지가 없는 사람한테 억지로 강요할 수 없듯이, 의지가 생기게 하려면 먼저 알게 해야 한다. 알아야 관심이 생기듯이 무엇인지 알아야 ‘어떻게’가 나온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알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블록체인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첫 단계로 각 산업별로 블록체인을 주제로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 하다. 이후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단계가 지나면, 현재 준비돼 있는 것들이 비로소 하나 둘씩 프로젝트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도 올해 연말이나 내년쯤이면 그 단계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블록체인은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물론 지금부터 노력이 수반돼야 하지만, 국가나 사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블록체인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IT 강국으로써 자리잡아,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다. 포럼의 의장으로써 또한 IT 전문가로써 이 시기에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며, 꼭 그렇게 만들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