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영화산업과 블록체인 그리고 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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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영화산업과 블록체인 그리고 STO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9.06.05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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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과 콘텐츠 산업의 혁신
 

▲ 정석현 GRBF기술위원장
   / REAPCHAIN CTO

최근 음악, 영상, 출판, 미디어, 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콘텐츠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려고 하는 시도가 눈에 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프로젝트가 가장 활발하게 추진 중인 영역이기도 하다.

카카오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과의 협력 하에 콘텐츠 프로토콜을 만든 왓챠(Watcha)를 비롯하여, 최근 IEO를 진행하고 있는 무비블록(MovieBloc)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왓챠의 콘텐츠 프로토콜은 ‘왓챠플레이’를 통해 생성되는 추천, 평점 그리고 리뷰에 대한 활동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기여도에 대한 보상형 토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투명성과 신뢰성이 가장 큰 특징이며, 이러한 기술적인 장점을 활용하면 콘텐츠 저작권 보호, 유통 구조 개선을 넘어 콘텐츠 가치의 공유라는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콘텐츠 보호 측면에서는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이용해 콘텐츠의 창작, 유통 그리고 소비 단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유통구조 측면에서는 중간 유통 단계를 제거함으로써 콘텐츠 제공자와 소비자간의 유통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서비스(출처: 한국정보화진흥원 미래전략센터)

또한 블록체인의 보상 체계(Incentive Token)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생산해 내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시청 등 소비성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그 중에서도 영화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모델과 그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 영화 펀드의 토큰화, STO

국내 영화는 주로 프로젝트형, 즉 영화 단위로 제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본조달의 의존도가 대기업 또는 벤처캐피탈로 편중되어 있다.  과거 국내에서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금조달이 상당 수 이루어져 왔지만, 이는 영화 제작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통상적으로 영화 펀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된다. 수익을 내는 작품들도 있지만, 어떤 작품들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군에 속하는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소규모 일반 투자자 또는 민간자본이 참여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유동성 확보의 문제이다.  펀드는 통상적으로 7년 이상 운영하기 때문에 투자한 영화가 성공하더라도 유동성이 낮아 민간자본이 참여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예를 들어 펀드를 통해 ‘신과 함께’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영화가 수익이 발생한 경우, 이 펀드는 특정 시점에서 기대 가치가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이 펀드가 주식처럼 유동성이 생긴다면 7년 이라는 운용기간을 기다리지 않고 투자자는 이익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펀드의 유동화를 통해 투자자들의 저변이 확대된다면 대기업이나 메이저 투자자에 의한 일방적인 작품 선정이 아닌, 콘텐츠나 제작자, 그리고 시장 중심의 투자가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콘텐츠를 보유한 제작사 입장에서는 투자사나 배급사와의 수익분배 구조에서 좀 더 자유롭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콘텐츠 중심의 투자는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혜택은 일부 기업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제작자와 소비자에게 환원됨으로써 영화 산업의 가치사슬을 혁신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형태의 사업모델은 영화에 투자하는 펀드 자체를 토큰화하고 증권형 토큰을 발행함으로써 가능해 진다. 일반인들도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고 팔 듯이 무비펀드토큰을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에는 증권형 토큰인 무비코인스마트펀드(MSF; Moviecoin Smart Fund)를 통해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2020년 상반기 이 펀드를 통해 제작된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다.

국내에도 중견 영화제작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비즈니스모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팬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콘텐츠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 제작, 유통 단계에서의 활용

영화 유통은 과거 극장으로 한정된 1차 시장에서 시작해 비디오, DVD, 케이블 TV, IP TV 등의 부가시장으로 확장되었으며, 현재는 IT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넷플릭스, 애플 그리고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을 통해 온라인 유통 시장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유통 시장에서는 동시적 글로벌 네트워크와 디지털 유통 구조의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활용하면 제작자와 배급파트너들이 상호간의 신뢰 하에 유통과 배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일단 블록체인 장부에 유통과정에서 발생된 다양한 정보들이 기록되면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러한 기록을 통해 수익 배분을 자동화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SingularDTV가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서 콘텐츠 제작과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영화제작자가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있는 현장에서 제작전문인력들과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또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여 스탭들에게 신속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누가 얼마만큼 참여했는 지를 추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개자(middleman) 없이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 블록체인은 영화산업 혁신을 위한 플랫폼

IBM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CTO Peter Guglielmino는 “블록체인은 모든 사람들이 기여한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가시성(visibility)을 제공해 준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이 창조 산업(Creative Industry)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속성인 투명성은 영화 산업의 다양한 플레이어들, 투자사, 제작사, 스튜디오, 배급사를 비롯하여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 그리고 최종적으로 영화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영화의 단계별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

얼마 전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에서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의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과 폭발력은 이미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의 팬들과 소통하고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팬덤을 형성해 한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한국의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 그리고 포텐셜과 결합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을 수 있는 좋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 산업에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이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도전하고 있으며, 21세기 영화산업은 블록체인의 큰 수혜자로서 광범위한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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